종이란 무엇인가?

2022. 10. 4. 22:59생물학

 종(species)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생물학의 여러 문제 중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종에 대한 정의는 이미 오래전에 내려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생물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종은 라틴어로 외양(appearance)을 의미한다. 근대 분류학(작명학)의 토대를 마련한 스웨덴의 린네는 생물체를 외양에 따라 각각 다른 종으로 구분했다. 문제는 이러한 분류가 대부분의 경우 잘 맞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가사리 종은 다양한 외양을 갖고 있는데, 빨간배딱다구리와 황금이마딱다구리는 서로 다른 종인데도 외양이 매우 유사하다.

 종을 구분하는 문제는 1900년대 초 집단유전학의 발달로 용이해졌다. 집단유전학은 종간 교배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공유하는 유전자풀은 종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었다. 1942년에 위대한 생물학자 마이어는 종은 실제로 혹은 잠재적으로 교배할 수 있는 자연 개체군이고 각 개체군은 생식적으로 서로 격리되어 있다고 정의하였다.

 '실제로'란 말은 진짜 교배가 일어나는 개체군을 의미하며 '잠재적으로'라는 말은 그들이 서로 만나게 된다면 교배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텍사스의 그랙클은 푸에르토리코의 그랙클보다 몸집은 더 크지만 겉모습과 행동이 유사해서 이들이 만나게 된다면 서로 교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몸집의 차이 때문에 이들은 지금까지 서로 다른 종으로 간주해 왔으나 교배 실험을 통해서 건강한 후손이 생산된다면 같은 종으로 취급해야 할 것이다.



 [종 개념의 문제점]



 종에 대한 마이어의 정의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황금자칼이 나무 늑대와 서로 다른 종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자. 이 질문은 극히 쉬운 것처럼 보인다. 먼저 생김새가 매우 다르고 자칼이 덥고 건조한 개활지에 적응했지만 나무 늑대는 춥고 습한 숲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칼의 서식처는 아프리카이지만 나무 늑대는 북유럽, 시베리아, 북아메리카에 서식한다. 명백히 이 둘은 다른 종이다.

 그러나 자칼은 개와 교배하여 번식력이 있는 후손을 생산할 수 있다. 개는 나무 늑대와도 교배할 수 있고 코요테나 딩고와도 교배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재적 교배가'라는 기준에 따른다면 나무 늑대, 자칼, 코요테, 딩고, 개는 모두 한 종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자칼은 황금자칼, 줄무늬자칼, 검은등재칼의 3종으로 나뉘는데 그들은 개와 교배하지만 서로간에는 교배하지 않는다. 동부 아프리카의 세레젠티에서는 이 세 종이 함께 살지만 서로를 무시해서 한 지역에 사는 자칼은 다른 자칼 종이 자신의 영토를 배회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반면에 텍사스에서는 코요테와 붉은 늑대 간의 잡종을 볼 수 있는데 사실 그들이 중복되는 영역은 극히 적다. 그러나 현재도 늑대는 늑대, 코요테는 코요테로 남아있으며 두 종은 매우 다르게 생긴 동물이다. 위의 예시와 개의 난혼을 제외하면, Canis 속의 8종 간에 교배가 없는 것은 할 수 없어서라기보다는 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의지가 없다는 사실도 지리적 격리와 같이 중요한 장벽이 될까?

 종을 명명하는 데 있어서의 또 다른 복잡성을 보여 주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사는 불도마뱀을 예로 들어 보자. 이들은 캘리포니아의 해안과 내륙 산간 지대를 따라서 타원형으로 분포한다. 그들은 중복되는 남쪽 끝 지역을 제외한 전 영역에 걸쳐서 교배한다. 남쪽 끝 지역에는 두 변이체가 함께 살지만 외양이 서로 다르고 서로를 다른 종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종의 정의에 따르면 그들은 서로 다른 종이 아니라 지리학적 단위인 아종으로 구성한 종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들 두 아종은 자신의 그러한 운명을 거부하는 것 같다.

 종의 정의는 또한 무성생식을 하는 종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신체적인 외양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화석상의 종을 결정하는 데도 마찬가지다.